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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십자가 뒤의 식민지: 가톨릭 교회의 정복과 학살의 역사"

[특별기획] "복음인가 침략인가"… 가톨릭, 식민 정복과 인권 유린의 공범이었다

[2025년 5월 18일 | 국제인권탐사팀]
“복음을 전한다며 칼과 십자가를 함께 들었다.” 이는 한 원주민 인권운동가가 캐나다 교황 방문 당시 남긴 말이다. 오랜 시간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졌던 가톨릭 교회는 사실상 유럽 열강의 식민 정복에 앞장선 종교 제국이었다. 수 세기 동안 교황의 이름 아래 행해진 대량 학살, 노예화, 문화 말살은 지금까지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 (이미지출처-위키백과)

📜 교황이 승인한 정복과 노예화: ‘발견의 원칙’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이후, 교황청은 유럽 식민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교황 니콜라오 5세는 Dum Diversas(1452), Romanus Pontifex(1455)라는 칙서를 통해 “이교도의 땅을 정복하고 주민을 노예로 삼을 권리”를 포르투갈 왕에게 부여했다. 이는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노예 사냥 허가장이었다.

1493년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Inter Caetera 교서를 통해 신대륙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분할해주며, “기독교화를 목적으로 한 정복”을 공인했다. 이른바 ‘발견의 원칙(Doctrine of Discovery)’은 여기서 탄생했고, 이후 국제법의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대법원도 1823년 Johnson v. M’Intosh 판결에서 이 원칙을 원주민 토지권 박탈의 법적 근거로 삼았다.


⚰️ 원주민 대량 학살과 강제 개종

스페인, 포르투갈 정복자들은 성직자들과 동행하여 아메리카를 점령했고, 원주민들에게 가톨릭 개종을 강요했다. 이를 거부하는 이들은 처형되거나 노예가 됐다. 천연두, 홍역 등 유럽에서 유입된 전염병은 토착민 수천만 명을 몰살시켰고, 그 배경에는 착취와 잔혹한 강제노동이 있었다.

스페인의 성직자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고발했다.

“그들은 사람보다 말을 더 아꼈다. 원주민들은 말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고, 예수의 이름으로 학살당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목소리를 묵살했고, 노예무역에 관여하며 아프리카 흑인들과 아메리카 원주민을 교회 소유 농장에 투입했다. 일부 수도회는 노예 경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 기숙학교의 악몽: 원주민 아동에게 가해진 잔혹한 동화정책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캐나다와 미국 정부는 원주민 아동을 강제로 가족과 분리시켜 기숙학교에 보내는 ‘동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기숙학교의 약 70%를 가톨릭 교회가 운영했다.

아이들은 모국어 사용을 금지당하고, 전통 문화는 ‘이교도’로 치부되었으며, 신체적·성적 학대에 시달렸다.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으며, 상당수는 무연고 집단 매장지에 암매장되었다.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견된 215명의 유해는 교회의 어두운 진실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 충격적 사건에 대해 교황 프란치스코는 2022년 공식 사과했지만,

“말로 다할 수 없는 악”
이라며 눈물을 흘린 그의 행동은 아무런 배상이나 정의 실현 없이 끝났다.

반면, 바티칸 뉴스는 해당 사건을 “치유와 선물의 순간”이라며 감상적인 기사로 포장해, 피해자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출처: Vatican News, 2022년 4월 1일자


📣 사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캐나다, 미국, 남미,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15세기 교황 칙서의 공식 폐기토지·문화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침략과 파괴는 신성 모독”이라는 주장과 함께, 가해자의 동상을 철거하고 가톨릭 성자를 재평가하는 움직임도 확산 중이다.

2020년,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이 성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동상을 쓰러뜨린 것은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는 원주민 강제 개종에 앞장선 인물이지만,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다.


⛓️ “정복의 복음”이 남긴 유산

교회의 과거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체계적인 인권 침해였다. 그리고 이는 사라지지 않은 채 현재까지 원주민 사회를 옥죄고 있다. 토지를 잃은 이들, 언어를 잃은 세대, 가족을 잃은 아이들은 여전히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
교회가 진정한 회개를 원한다면,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인정하고 그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회복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진실은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