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존경받던 기독교 변증가 라비 재커라이어스 사건은, 개신교 복음주의 진영에서 권력이 한 개인에게 집중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장기간 은폐된 범죄였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인도 출신 캐나다인으로, 전 세계를 돌며 기독교를 دفاع하는 강연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RZIM(국제 사역단체)을 설립해 수십 년 동안 복음주의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2020년 5월, 그가 암으로 사망한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성추문 의혹이 잇따라 폭로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는 RZIM 이사회가 설립자의 명성을 지키려 했지만,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독립 조사를 의뢰했고, 2021년 초 그 결과가 공개되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라비는 10년 넘게 국내외에서 여러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 학대와 착취를 저질러 왔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그는 목과 허리 치료를 명목으로 마사지 치료사들에게 접근했다. 미국과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은 뒤, “사역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이것은 신앙의 선물이다”라는 왜곡된 논리를 내세워 성행위를 강요했다.
특히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자신이 공동 소유한 스파를 거점으로 활용했다. 조사팀이 확보한 자료에는 200명 이상의 여성 연락처와 수백 장의 젊은 여성 나체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주택 제공, 학비 지원, 생활비 지급 등 경제적 도움을 받았지만, 이 돈은 사실 사역 헌금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받았다.
한 피해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라비가 자신의 사역 재정으로 내 삶을 지원한 뒤 성행위를 강요했다. 이는 사실상 강간이었다.”
라비는 범행 후 피해자에게 “함께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자”고 말하며 왜곡된 종교 언어로 죄책감을 심었다. 또한 “내 명성이 무너지면 수백만 영혼이 지옥에 간다”고 협박하며 침묵을 강요했다.
이 범죄가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조직의 구조 때문이다.
라비는 생전에 절대적인 존경을 받았고, RZIM 내부에는 그를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었다. 가족과 측근들이 주요 직책을 맡으며 사실상 내부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2017년, 한 캐나다 여성과의 부적절한 메시지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상황은 같았다. RZIM은 공식 성명을 통해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며 라비를 두둔했다. 라비 역시 사실을 부인하며 사건을 덮었다.
이러한 맹목적 충성과 폐쇄성 속에서 그의 범죄는 2020년 사망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그가 사망한 뒤에야 진실이 드러났다.
2021년 2월, RZIM 이사회는 “우리의 잘못된 신뢰와 관리 부실을 뉘우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조직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직원 대규모 해고, 모금 중단, 사역 축소 등 극단적인 조치가 이어졌고, 결국 기존 형태의 사역은 사실상 종료되었다. 또한 설립자의 이름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남은 재원을 피해자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복음주의 교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많은 교회와 기관이 그에게 수여했던 상과 명칭을 철회했고, 그를 “영적 스승”으로 여겼던 사람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언론과 평론가들은 “라비의 추락은 현대 복음주의의 뼈아픈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사건은 중요한 사실을 드러냈다. 종교 내 성범죄는 특정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자들 중 다수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으며, 가해자는 그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범죄를 정당화하고 침묵을 강요했다. 이는 종교적 권위가 얼마나 쉽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RZIM 같은 가족 중심 사역 구조는 외부 감시와 내부 견제가 없을 경우 쉽게 사유화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사건 이후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북미 복음주의권에서는 지도자의 도덕성을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독립 조사와 책임 규명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RZIM 출신 일부 변증가들은 “우리가 지도자를 우상화한 잘못을 회개한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여러 복음주의 단체들도 성윤리 강화와 권력 남용 방지 정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종교 지도자도 반드시 감시받아야 한다.
둘째, 맹목적 신뢰는 범죄를 숨기는 도구가 된다.
셋째, 조직의 명예를 우선하면 피해자는 침묵당한다.
넷째, 권력이 집중된 구조는 반드시 부패한다.
라비 재커라이어스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추락이 아니다. 이는 종교 권력과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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