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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교회는 자비를 말하면서 왜 투우를 축복하는가?

성학대 피해자가 교황 레오 14세에게 던진 질문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자비와 사랑, 약자 보호를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어린 시절 사제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던 한 피해자가 교황 레오 14세에게 공개적으로 투우와의 단절을 촉구하면서, 교회의 또 다른 모순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문제 제기는 단순히 동물권을 주장하는 캠페인이 아니다. 성직자의 성학대를 직접 겪은 피해자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묻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투우(이미지출처- 위키백과)

 


성학대 피해자가 교회를 향해 던진 비판

이번 영상은 동물보호단체 PETA 미국 지부가 공개했다.

영상에 등장한 인물은 PETA 미국 지부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신자 다니엘 패든(Daniel Paden)이다. 그는 어린 시절 사제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이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불필요하게 고통받거나 죽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면서도, 현실에서는 일부 성직자들이 투우를 지지하거나 직접 투우장에서 종교 의식을 집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그의 비판은 단순히 투우를 반대하는 수준이 아니다.

성직자의 폭력을 직접 경험한 피해자의 눈에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모두 힘없는 존재를 희생시키는 같은 구조로 보인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자비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고통을 방관하거나 정당화하는 모습이야말로 교회의 가장 큰 모순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왜 가톨릭교회는 투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가

일부에서는 "투우는 전통문화일 뿐인데 왜 교회를 비판하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신자 개인이 투우를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교회가 오랫동안 종교적 권위를 통해 투우에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는 점이다.

스페인과 중남미 여러 지역에서는 성인을 기념하는 축제 기간에 투우가 함께 열려 왔다.

또한 일부 사제들은 투우장 안에서 종교 의식을 집전하거나, 투우사들을 위한 미사를 드리거나, 투우를 축복하는 행사에 참여해 왔다.

심지어 사제복을 입은 채 투우장에 등장하는 사례도 여러 차례 알려졌다.

이러한 모습은 교회가 단순히 전통문화를 방관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사실상 투우를 지지하거나 묵인해 온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자비를 설교하는 종교가 공개적인 동물 학대 현장을 축복한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우는 왜 잔혹하다는 비판을 받는가

투우는 흔히 전통문화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실제 진행 과정을 보면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경기에서 황소는 먼저 말을 탄 기수가 창으로 공격한다.

이후 여러 명의 투우 보조 인원이 황소의 등에 여러 개의 날붙이를 꽂는다.

피를 많이 흘린 황소가 지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마지막으로 투우사가 칼을 이용해 폐를 찔러 죽인다.

황소는 죽기 전까지 오랜 시간 공포와 고통을 견뎌야 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황소의 귀나 꼬리를 잘라 전리품처럼 취급하는 관행도 이어져 왔다.

결국 투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고통과 죽음을 공연으로 만들어 관객이 소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윤리적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의 공식 가르침과 현실은 왜 다른가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피조물에 대한 잔혹함을 경계한다고 말해 왔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인간이 동물을 불필요하게 고통받게 하거나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2015년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모든 피조물을 존중해야 하며, 피조물에 대한 잔혹한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567년 교황 비오 5세는 교서 De Salute Gregis Dominici를 통해 투우를 "악마의 잔혹하고 저속한 구경거리"라고 규정하며 이를 금지하려 했다.

그렇다면 더욱 큰 의문이 생긴다.

교회 문헌과 역대 교황들의 공식 입장에는 동물 학대를 경계하는 내용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일부 성직자들이 투우를 축복하고, 종교 의식을 집전하며, 오랫동안 투우 문화와 함께해 왔는가.

이러한 괴리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교회가 스스로의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왔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황 레오14세(이미지출처-KBS뉴스)

교황 레오 14세에게 요구된 것은 무엇인가

다니엘 패든이 요구한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새 교황인 레오 14세가 교회와 투우의 관계를 분명히 끊으라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투우장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의식을 중단하고, 사제들의 공개적인 참여를 금지하며, 성인 축제와 결합된 투우 행사에 대해 교회가 더 이상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기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교황이 침묵한다면 교회 역시 지금까지의 모순을 계속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비를 말하는 교회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동물권 운동이 아니다.

사제 성학대 피해자의 입을 통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약자를 보호한다고 말하면서 현실에서는 약자의 고통을 외면해 온 구조가 인간 피해자 문제에서도, 동물 학대 문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가 계속해서 투우와 관계를 유지한다면, 자비와 사랑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잔혹한 오락에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는 순간, 교회가 스스로 주장하는 윤리적 권위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교회는 이제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말로만 자비를 외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으로 자비를 증명할 것인가.

교황 레오 14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앞으로 가톨릭교회가 스스로 말해 온 윤리를 실제로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