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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중국 협약: 도덕적 리더십의 위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바티칸과 중국 간에 체결된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협약은 바티칸과 중국 공산당이 오랜 대립을 끝내고 새로운 관계를 열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그 결과는 중국 내 가톨릭 공동체, 특히 지하 교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협약 이후 벌어진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탄압, 바티칸의 침묵, 그리고 국제 사회의 비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덕적 리더십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에 참가한 중국 대표 양융창 주교(오른쪽 두 번째)와 잔쓰루 주교(맨 오른쪽)가 10월 2일 로마 바오로 6세 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을 전하고 있다. CNS(이미지출처-가톨릭신문)


바티칸-중국 협약의 내용과 영향
2018년 체결된 바티칸과 중국 정부 간의 주교 임명 협약은 중국 내 가톨릭 교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중국 공산당이 주교를 추천하고,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티칸은 이를 통해 중국 내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적 자유를 확대하고자 했다고 주장했지만, 협약 이후 중국 정부는 이를 이용해 가톨릭 교회를 더욱 철저히 통제했다.

중국 공산당이 추천한 주교 7명이 바티칸의 승인을 받아 임명되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신학적 자격이 부족하고, 심지어 부패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들 중 두 명은 첩을 두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이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가치와 교리에 반하는 결정으로, 교황이 정치적 타협을 위해 교회의 원칙을 희생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내 지하 교회의 탄압
바티칸-중국 협약 이후 중국 공산당은 가톨릭 지하 교회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지하 교회는 교황에게 충성을 맹세하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공동체다. 협약 이전에도 지하 교회 신자들은 탄압을 받아왔지만, 협약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중국 허난성의 류 취안파(Liu Quanfa) 신부는 협약 이후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그는 정부의 감시와 생계 보조금 중단,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신자들의 구호금에 의존하며 생존해야 했다. 중국 정부는 그의 교구를 강제로 폐쇄하고, 정부가 지정한 성직자가 이를 대신하도록 했다. 이는 지하 교회 신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으며, 일부는 "바티칸이 우리를 버렸다"고 절망감을 표출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과 바티칸의 침묵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홍콩 시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평화적 시위였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홍콩의 요셉 젠(Joseph Zen) 추기경은 이 운동의 강력한 지지자로, 민주화 운동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중국 정부의 억압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 공산당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지하 교회를 배신했다"고 비난하며, 교황의 태도가 민주화 운동과 가톨릭 신자들의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콩 시민들과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기대했지만, 교황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침묵은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 리더십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협약 추진 과정과 논란
바티칸-중국 협약의 추진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협약의 주요 추진자는 2018년 성범죄 혐의로 사임한 테오도어 맥캐릭(Theodore McCarrick) 추기경이었다. 그는 성범죄와 부패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협약 체결을 위해 중국과 바티칸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협약의 정당성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졌다.

맥캐릭 추기경은 1980년대부터 성범죄를 저질러왔다는 의혹이 있었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성폭행 혐의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인물이 협약 추진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은 바티칸이 도덕적 정당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공산주의에 대한 무지와 타협의 대가
1937년 비오 11세 교황은 공산주의를 "잔인하고 뻔뻔스러운 허위의 메시아 사상"이라고 정의하며, 공산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산주의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중국과의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협약을 이용해 가톨릭 교회를 철저히 통제하고, 성경마저도 공산당 이념에 맞게 재해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특히,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교회 출입과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는 중국 내 종교적 자유의 심각한 후퇴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황은 침묵을 유지하며, 중국 공산당의 폭압적인 정책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론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국 정책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신도들을 늘리기 위한 위선적 행태로 비춰지며, 종교가 사회에 줄 수 있는 자유와 정의라는 핵심 가치를 희생시키고 있다. 중국 내 지하 교회 신자들,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 그리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이 정의와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적 타협을 넘어 도덕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탄압받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정의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계속되는 침묵은 신이 그에게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