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지도자의 탈을 쓴 범죄
교회는 원래 상처 입은 사람을 위로하고 보호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때로는 종교적 권위가 오히려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노워크에 있는 라스 부에나스 누에바스 교회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당시 부목사였던 호르헤 후안 카스트로(당시 54세)는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장기간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스페인어권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치유 사역을 담당하는 목회자였다. 그러나 신도들의 신뢰를 이용해 수많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LA카운티 보안관국이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9월 카스트로는 체포되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이 넘었다.

"치유 기도"를 이용한 성범죄
수사 결과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신도들의 고민 상담과 치유 기도를 빙자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특히 불법체류 신분의 여성 신도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피해자들은 미국 체류 자격 문제 때문에 경찰 신고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카스트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치유한다"며 안수기도를 하던 중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했다. 또한 이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는 "영적으로 조롱받을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성관계를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속이며 강요하기도 했다. 가정 방문 상담 중 강간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고, 다른 교인들이 있는 교회 내부에서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다.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카스트로는 피해자들에게 협박까지 했다.
그는 "이 사실을 말하면 교회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고, 이민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하며 침묵을 강요했다.
결국 목회자의 권위와 피해자들의 불안한 신분을 동시에 이용한 악질적인 범죄였던 셈이다.
무너진 삶과 신앙
확인된 피해자만 20여 명에 달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스페인어권 불법 이주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체류 신분 문제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단순한 범죄 피해를 넘어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많은 피해자가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상을 호소했으며, 일부는 신앙 자체를 잃어버렸다. 목회자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무너져 교회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한 피해 여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를 가리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목사가 아니라 양의 탈을 쓴 늑대(wolf in sheep's clothing)였다."
이 한마디는 피해자들이 느낀 배신감과 충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교회는 왜 막지 못했나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피해 사실이 알려진 뒤 교회가 가해자를 감싸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3년 피해 여성들이 교회 행정 담당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자 교회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카스트로를 해임하고 수사에 협조했다.
많은 종교 성범죄 사건에서 조직적인 은폐가 문제가 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왜 수년 동안 2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도 막지 못했을까?
실제로 카스트로는 오랫동안 다른 목회자들의 감독 없이 개별 신도들과 밀접하게 접촉했다. 상담과 기도라는 이름으로 사적인 만남이 반복되었지만 이를 점검하거나 감시하는 제도는 사실상 없었다.
결국 교회 내부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국의 경고
LA카운티 당국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민 신도의 취약성을 악용한 악질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체류 신분을 문제 삼지 않겠다며 추가 피해자들의 제보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지역 언론과 LA 타임스 역시 카스트로를 "치유의 손(healing hands)을 가장한 성범죄자"라고 보도하며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결국 카스트로는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미국 내 다민족 교회들과 한인 교회들은 목회 상담 규정을 강화하고, 이민자 신도의 권리 보호 교육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개신교 구조의 문제는 없었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목사의 개인 범죄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일부 개신교회에는 목회자의 권위를 지나치게 높이는 문화가 존재한다. 신도들은 목사를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며 쉽게 의심하지 못한다.
특히 이민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종교 지도자일 뿐 아니라 생활 상담자와 지역사회 지도자의 역할까지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목회자와 신도 사이의 권력 차이가 매우 커질 수 있다.
또한 일부 교회에서는 치유기도, 안수기도, 영적 치유 같은 초자연적 신앙 행위가 강조된다. 문제는 이러한 믿음이 검증되지 않은 목회자의 행동까지 무조건 신뢰하게 만드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불법체류 신분, 언어 장벽, 경제적 어려움 같은 사회적 약점이 더해지면 피해자들은 더욱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일부 교회의 남성 중심적 위계문화와 성 문제를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 역시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국 카스트로는 이러한 구조적 허점을 이용해 "하나님의 이름"을 범죄의 방패로 사용했고, 오랜 기간 발각되지 않은 채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논평
종교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종교적 권위가 검증받지 않고 절대화될 때, 그 권위는 가장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목회자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신도들이 비판하기 어려운 폐쇄적 종교문화가 얼마나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교회가 진정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면 목회자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누구라도 감시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투명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하나님의 이름"은 약자를 보호하는 데 사용되어야지, 범죄를 숨기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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